연애의 놀이터 된 파격 사극들, 이대로 괜찮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2021.10.26. 11:28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는 파격적인 사극이다. 그걸 실감할 수 있는 건 단왕조의 왕 성조(조성하)가 '마왕'을 언급하는 대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극에서 왕이 마왕 때문에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하게 됐고 그래서 그를 신령한 그림에 봉인시키겠다고 나서는 그 상황은, 일반적인 사극을 떠올려 보면 너무나 이질적이다.
물론 이 판타지들은 드라마 시작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고지되었다. 삼신(문숙)이 등장하고 마왕과의 대결이 펼쳐지는 장면으로 사극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마왕, 삼신, 호령, 화차 같은 존재들이 등장하고 마왕을 봉인하는 신령한 그림이나 마왕의 발현을 막아주는 반지가 나온다. 게다가 마왕이 봉인된 하람(안효섭)은 마왕의 기운으로 인해 때때로 물괴로 변신해 사람들을 해친다. 판타지 사극이라고 내세워도 그간 사극을 봐왔던 시청자들에게 이런 장면들은 이질감을 주기 마련이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KBS 월화드라마 '연모' 또한 파격적인 사극이다. 왕세자인 이휘(박은빈)는 사실 쌍둥이 오빠가 죽은 자리를 대신해 남장여자로 살아가고 있다. 남장여자 콘셉트를 가져와 일종의 동성애 코드를 담은 드라마는 이미 많이 시도된 바 있고('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사극에서도 아주 낯선 건 아니다('바람의 화원' 같은). 하지만 '연모'가 파격적이라 여겨지는 건 그것이 다른 인물도 아닌 왕세자이고 따라서 이 동성애 코드가 담긴 남장여자 콘셉트의 멜로가 궁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